[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다음 3년을 이끌 리더로 다시 한 번 진옥동 회장을 선택했다. 4일 열린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숏리스트 4명의 후보 가운데 진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확정하며 사실상 연임을 결정했다.
내년 3월 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미 “연임 확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회추위는 진 회장이 “재무성과와 미래 경쟁력, 내부통제 체계 확립, 밸류업 추진 등 전 영역에서 확실한 검증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진 회장의 연임은 단순히 성과에 대한 보상에 그치지 않는다. 신한금융이 중장기적으로 추구하는 ‘50년·100년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는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취임 2년 만에 그는 그룹 순익을 ‘4조 시대’에서 ‘5조 시대’로 끌어올렸고, 주가 또한 취임 당시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20조원 넘게 증가해 시장의 신뢰를 입증했다.
특히 지난해 기록한 4조5582억원의 순이익은 신한금융 출범 이후 최대치다. 올해는 3분기까지 이미 4조4609억원을 달성하면서 연말에는 신한금융 최초로 ‘5조 클럽’ 가입이 유력하다. 해외 법인 순익도 지난해 7630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역시 성장세를 이어가며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냈다. 진 회장의 글로벌 전략이 본격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1961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난 진 회장은 덕수상고 졸업 후 기업은행에 행원으로 입행하며 금융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인력개발실, 기획부, 여신심사부 등 주요 부서를 거치며 조직 운영과 리스크 관리에 대한 감각을 키웠다. 그러나 그의 금융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흔적은 ‘일본’에서 남았다.
일본 오사카지점장, SBJ은행 부사장·법인장 등 18년에 걸친 일본 근무 경험은 그를 신한금융 최고의 ‘일본통’으로 만들었고, 외국계 은행의 무덤으로 불리던 일본 금융시장에 신한의 뿌리를 내리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고졸 출신이 금융지주 회장까지 오른 사례는 지금도 흔치 않다. 그러나 그의 이력은 단순한 ‘흙수저 신화’로 설명되지 않는다. 현장 경험을 통해 쌓은 관계 중심의 감각, 조직을 세밀하게 바라보는 관찰력, 실적보다 기본을 우선하는 태도가 진옥동 리더십의 핵심으로 꼽힌다. 신한 내부에서는 “겸손하지만 단단한 리더” “직원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경영자”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연임 직후 진 회장이 가장 먼저 강조한 키워드는 ‘신뢰’였다. 그는 “일류 신한의 핵심은 신뢰”라며 “직원·주주·고객 모두에게 부끄럽지 않은 경영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내부통제 강화와 소비자 보호 중심의 경영 철학을 2기 체제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특히 신한투자증권의 대형 사고 이후 금융권 전반에서 내부통제 강화 요구가 높아진 만큼, 진 회장의 강조는 조직문화 혁신의 방향성으로 해석된다.
회추위가 이번 면접에서 집중적으로 질문한 영역은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AI·디지털 기반 혁신이었다. 이는 곧 진 회장이 향후 3년간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신한금융은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순익에서 KB금융에 약 6600억원 뒤지며 ‘리딩금융’ 타이틀을 되찾기 위한 과제가 남아 있다. 비은행 부문의 수익 기여도 역시 경쟁사 대비 낮은 만큼 강화가 필요한 분야로 꼽힌다.
또한 금융 환경 자체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대형 언어모델(LLM)에서 멀티모달, 양자, 월드모델로 이어지는 AI 기술의 진화는 금융회사의 비즈니스 구조와 위험관리 방식, 소비자 접점까지 모두 재편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이미 AX·DX 조직을 신설하며 대응해 왔지만, 진 회장은 “금융은 기술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며 “새로운 금융 모델의 체계를 그룹 전체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신한금융은 다음 달 신년 경영전략 워크숍을 열고 ‘진옥동 2기’ 로드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1기는 일류의 자세를 조직에 심는 기간이었다면, 2기는 실천과 행동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말단 행원에서 일본 지점장, 은행장, 금융지주 회장까지. 진옥동의 40년 금융 인생은 ‘현장에서 답을 찾는 리더’의 여정이었다. 신한금융은 진 회장에게 또 다시 3년을 맡겼고 진 회장은 또 한번 신한금융의 3년을 향한 출발점에 섰다. 진 회장의 말처럼 금융의 본질은 상생이며 신뢰다. 신한금융 2기를 맞은 진옥동 회장이 어떤 색깔의 메시지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