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SK온이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 증설을 위한 신규 시설 투자 계획의 집행 속도를 조정했다. 전기차(EV) 시장 둔화와 배터리 수요 불확실성이 이어지자 공격적 증설 대신 단계적 투자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SK이노베이션 공시에 따르면, SK온 서산 2·3공장 신규 시설 투자 금액은 기존 1조7534억원에서 9363억9000만원으로 정정됐다. 이는 총투자액을 줄인 것이 아니라 최근 2년간 실제 집행된 금액을 기준으로 재기재한 것이다. 잔여 투자금 약 8200억원은 향후 서산 3공장 증설에 투입될 예정이다. 투자 종료일도 기존 2025년 말에서 2026년 말로 1년 연장됐다.
SK온은 2023년 말 서산 1·2공장 체제에서 3공장을 추가 건설하고, 동시에 2공장 일부 라인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2공장 개조 관련 투자는 대부분 집행됐지만, 신규 증설인 3공장은 아직 가동에 들어가지 않았다. SK온은 당초 2026년 가동을 목표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고려해 투자 시점을 늦춘 것으로 보인다.
SK온 측은 투자 축소나 철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SK온 관계자는 “시장 수요 변화에 맞춰 서산 3공장 투자 금액과 시기를 유동적으로 조정한 것”이라며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 환경을 고려해 남은 투자는 적절한 시점에 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산 3공장의 양산 시점은 2027년 전후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번 결정은 배터리 업계 전반에 확산된 ‘속도 조절’ 기조와 맞닿아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보조금 축소 이후 수요 둔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계획을 조정하고 그 여파가 배터리 기업으로 전이되고 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과 소재 업체 엘앤에프는 최근 완성차 판매 부진 여파로 대규모 공급 계약이 잇달아 사라진 바 있다. SK온은 수요 변화에 대응해 서산 2공장의 일부 생산능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로 전환하는 등 사업 유연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