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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허리디스크, ‘튀어나온 정도’에 속지 말아야

디스크 질환에 대해 상담을 하다 보면 “디스크가 많이 튀어나왔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디스크의 ‘크기’나 ‘튀어나온 정도’가 통증의 심각함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허리디스크 증상을 좌우하는 더 중요한 기준은 따로 있다. 바로 디스크가 어디를, 어떻게 누르고 있느냐다.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하는 구조물로, 여러 이유로 제자리를 벗어나 돌출될 수 있다. 하지만 영상 검사상 디스크가 크게 튀어나와 보이더라도 통증이 거의 없는 경우가 있는 반면, 돌출 정도가 크지 않아 보이는데도 극심한 통증이나 다리 저림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차이는 디스크가 신경을 직접 압박하고 있는지, 어떤 신경을 자극하고 있는지에 따라 발생한다.

 

허리에는 다리로 이어지는 여러 신경이 지나가며, 각각의 신경은 통증이 나타나는 위치와 양상이 다르다. 디스크가 특정 신경을 눌렀을 경우 허리 통증뿐 아니라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발끝까지 저림이나 당김, 감각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즉, 디스크가 조금만 튀어나와 있어도 신경이 지나가는 핵심 부위를 정확히 압박하고 있다면 증상은 오히려 더 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디스크 돌출의 방향 역시 매우 중요하다. 같은 정도로 튀어나온 디스크라도 중앙으로 돌출된 경우와 한쪽으로 치우쳐 돌출된 경우, 또는 신경공 쪽을 침범한 경우에 따라 증상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단순히 MRI 영상에서 보이는 디스크 크기만으로 통증의 원인이나 치료 방향을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허리디스크 치료에서는 영상 소견과 함께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위치, 저림의 범위, 일상생활에서의 불편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같은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더라도 치료 방법이 사람마다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경우에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도수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증상 조절이 가능하고, 신경 압박이 뚜렷한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인 비수술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디스크 질환은 단순히 “얼마나 튀어나왔는가”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디스크 상태가 신경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떤 불편이 생기고 있는지다. 통증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디스크 관리의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디스크에 문제가 있어도 통증을 참고 지내다가, 다리 저림이 심해져 걷기조차 힘들어진 이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시점에서는 이미 신경 압박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아, 치료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디스크 질환은 증상이 경미할 때 정확한 검사와 치료를 시작할수록 비수술적 치료로도 충분히 호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통증이나 저림이 반복된다면 조기에 진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과도한 걱정은 필요하지 않다. 최근 수술기법의 발달로 내시경, 현미경 등 최소절제 후 병변만 간단히 제거하는 방법이 다양해져 수술 자체의 부담이 적어졌다. 신경 압박이 명확한 디스크 질환에서 수술적 치료를 시행한 경우, 많은 환자들이 수술 다음 날부터 기존에 느끼던 통증이나 저림 증상이 눈에 띄게 완화되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는 눌려 있던 신경이 해방되면서 통증의 원인이 직접적으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다만 수술은 통증의 ‘시작점’을 해결하는 과정일 뿐, 이후 회복 과정 역시 매우 중요하다.

 

입원 기간 동안에는 통증 조절과 함께 재활 치료를 병행해 허리 주변 근육의 긴장을 완화하고, 관절과 척추의 가동 범위를 점진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회복 과정은 수술 후 통증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일상 복귀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돕는 중요한 단계가 된다. 또한 퇴원 이후에도 개인의 상태에 맞춘 치료 계획에 따라 꾸준한 관리와 재활을 이어가는 것이 재발을 예방하고 회복 효과를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신향병원 차기용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