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글로벌 AI 기술 행사 ‘GTC 2026’을 처음으로 방문하며, AI 생태계 내 SK하이닉스의 전략적 역할 강화에 나섰다. 세계 최대 규모의 AI 콘퍼런스 현장을 직접 찾은 이번 행보는 단순 참관을 넘어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확대와 시장 주도권 확보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최 회장은 이날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키노트를 참관하며 AI 산업 전반의 기술 흐름을 점검했다. 키노트에서는 GPU 기반 가속 컴퓨팅과 AI 팩토리, 오픈소스 AI 모델, 에이전틱 시스템, 피지컬 AI 등 미래 기술이 총망라됐다. 이곳에선 ‘에너지·칩·인프라·모델·애플리케이션’으로 이어지는 ‘AI 5단 케이크’ 개념이 제시됐다. 특히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과 후속 아키텍처 ‘파인만’이 공개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방문은 최 회장이 지난 2월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CEO와 회동한 이후 한 달여 만에 이어진 행보다. 양측은 당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포함한 차세대 AI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GTC 현장 방문은 이러한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고 확장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AI 시장 초기부터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온 핵심 파트너다. 현재 엔비디아 차세대 GPU 플랫폼 ‘루빈’에도 SK하이닉스의 HBM4가 탑재될 예정이다. 양사는 AI 메모리와 GPU 분야에서 상호 보완적인 협력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최 회장은 황 CEO와 함께 행사장 내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방문해 최신 AI 메모리 기술을 점검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전시에서 HBM4를 비롯해 저전력 서버용 D램 모듈 ‘SOCAMM2’, GPU 모듈에 적용된 실물 목업 등을 공개했다. 또 최신 GPU ‘그레이스 블랙웰(GB300)’에 HBM3E가 탑재된 시스템도 선보이며 기술 경쟁력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고객 맞춤형 HBM,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스토리지 eSSD, 온디바이스 AI용 LPDDR5X 등 다양한 제품군도 전시돼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황 CEO가 전시 제품에 ‘JENSEN ♡ SK HYNIX’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양사 협력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장면도 주목을 받았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뿐 아니라 폭스콘 등 AI 인프라 핵심 기업 부스를 잇달아 방문하며 전력·발열 관리,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다양한 기술 트렌드를 점검했다. 이를 통해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과 생태계 전반에서 협력 기회를 확대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최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가능성도 공식 언급했다. 최 회장은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노출돼 더 글로벌한 회사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DR은 해외 기업이 미국 증시에 직접 상장하지 않고도 주식처럼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증권이다.
ADR은 글로벌 투자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ADR 상장에 나설 경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진단도 내놨다. 최 회장은 “웨이퍼 공급 확대에는 최소 4~5년이 소요된다”며 “2030년까지 20% 이상의 공급 부족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가격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산 거점 전략과 관련해서는 한국 중심의 운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 회장은 “한국은 이미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며 “현재로서는 한국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이 글로벌 AI 생태계 주요 기업들과 직접 교류하며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번 GTC 참석은 HBM4를 비롯한 차세대 AI 메모리 분야에서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