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 지급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 영업이익의 10%를 전액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기존 상한선을 없애기로 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진행된 대표자 교섭에서 노조와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임금·단체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합의안은 2~3일 대의원 설명회를 거쳐 4일 조합원 투표에 부쳐진다. 조합원 투표에서 찬성이 확정되면 곧바로 조인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잠정 합의안 핵심은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10% 전액 지급이다. 지급 구조는 당해 연도 80%를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간 나눠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영업이익 10% 재원 내에서도 연봉 1000%까지만 성과급으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노사 합의로 이같은 제한이 사라지게 됐다. 이 기준은 향후 10년간 적용된다. 임금 인상률도 6.0%로 합의됐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을 최대 39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합의안이 확정되면 직원들은 올해만 약 3조1200억원을 포함해 3년간 총 3조9000억원 가량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 이를 단순히 적용할 경우 직원 1인당 1억원 안팎의 보너스를 받게 되는 셈이다.
이번 SK하이닉스 노사의 전향적 결정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기술 경쟁 심화 속에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SK하이닉스 노조는 협상 과정에서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예고하며 강경 태도를 보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당부도 노사 협상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최 회장은 최근 노조를 향해 “성과급이 수천 퍼센트로 늘어나도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며 분위기 진정을 시도했지만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다.
재계는 이번 합의가 다른 기업 노사 협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역대급 영업이익 전망에 힘입어 파격적인 성과급안을 수용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다른 기업 입장에선 동일한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 10% 전액을 지급하는 방식은 글로벌 인재 유치와 내부 결속력 강화라는 전략적 판단”이라며 “다른 대기업 노사 협상에 상당한 파급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