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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배우 안성기 별세…한국 영화 70년을 품고 떠나다

혈액암 투병 끝 74세로 영면…영화인장으로 마지막 길
연기와 품행으로 남긴 품격, 세대를 잇는 배우의 유산
6년여 혈액암 투병…엿새 전 음식물 먹다 쓰러져 중환자실 입원
아역으로 출발…'투캅스'·'인정사정 볼것 없다' 등 170여편 출연
남우주연상 등 40여차례 수상…영화계 권익보호·유니세프 등 사회 활동

[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국민 배우’ 안성기가 5일 별세했다. 장례위원회에 따르면 안성기는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로 입원한 지 6일 만이다.

 

고인은 2019년 혈액암 진단 이후 투병과 회복을 병행하며 작품 복귀를 준비해왔다. 2020년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이후 재발이 확인됐고, 2022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투병 사실을 알렸다. 2023년에는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새 영화로 찾아오겠다”는 다짐을 남겼고, 같은 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안성기는 영화 제작자였던 부친 안화영과 인연을 맺은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1957)로 아역 데뷔했다. 1959년 ‘10대의 반항’으로 해외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았고, 학업을 이유로 잠시 연기를 멈추기까지 10년간 70여 편에 출연했다.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과 진학과 ROTC 복무를 거친 뒤, 시대적 여건 속에서 영화계로 복귀하며 성인 배우의 길을 다시 열었다.

 

복귀작 ‘병사와 아가씨들’(1977)을 시작으로 ‘바람불어 좋은 날’(1980)에서 존재감을 확립했고, 1980년대에는 ‘만다라’, ‘꼬방동네 사람들’, ‘고래사냥’, ‘칠수와 만수’ 등으로 한국 영화의 한 시대를 상징했다. 1990년대에는 ‘남부군’, ‘하얀전쟁’, ‘투캅스’, ‘태백산맥’,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에서 장르와 캐릭터를 넘나들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0년대 이후에도 ‘무사’, ‘실미도’, ‘라디오스타’로 맏형의 품격을 보여줬고, 2010~2020년대에는 ‘부러진 화살’, ‘화장’에서 절제된 연기로 깊이를 더했다. 마지막 작품은 ‘노량: 죽음의 바다’(2023)로, 이순신을 보좌한 어영담을 맡았다.

 

아역부터 원로까지 69년간 170편이 넘는 필모그래피, 대종상 신인상을 시작으로 40여 차례의 연기상, 네 개의 시대에 걸친 주연상 수상은 그의 궤적을 증명한다. 은관문화훈장과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선출, 영화계 권익 보호와 사회 공헌 활동 역시 배우 안성기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 유족은 아내 오소영 씨와 두 아들이다.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9일 오전 6시,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다다. 한국 영화의 품격을 지켜온 한 시대의 별이 스크린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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