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와 미-이 전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대표 전자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상반된 전략 속에서 나란히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하며 ‘양강 체제’의 경쟁 구도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타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LG전자는 사업 체질 개선과 B2B 확대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이어갔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68.06%, 영업이익은 755.01% 급증했다. 또 전 분기와 비교해도 각각 41.73%, 185% 증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분기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50조원을 동시에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이재용식 초격차 전략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실적의 핵심 동력은 반도체 사업이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수요 증가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성공이 기술 경쟁력 회복을 견인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50조원을 크게 상회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모바일과 가전 등 완제품 사업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둔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근접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주요 경영 전략과 투자 계획을 공개하며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할 방침이다.
LG전자는 같은 기간 연결 기준 매출 23조7,330억원, 영업이익 1조6,736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4.4%, 영업이익은 32.9%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삼성전자와 달리 폭발적 성장보다는 안정적 수익성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가 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생활가전 사업은 프리미엄 제품과 볼륨존을 동시에 공략하며 균형 성장을 이어갔다. 가전구독과 온라인 판매 확대가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운영 효율화와 webOS 플랫폼 성장에 힘입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으며,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전장 사업은 안정적인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성장세를 지속하며 B2B 사업 확대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원가 구조 개선과 고환율 효과도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냉난방공조 사업은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변수와 비용 상승 영향으로 다소 부진했다. 하지만 LG전자는 히트펌프와 액체냉각 기술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업계의 평가는 약간 엇갈렸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중심의 ‘속도전’으로 실적을 끌어올렸다면, LG전자는 플랫폼·구독·B2B 기반의 ‘내실 성장’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자업계 한관계자는 “양사의 실적은 글로벌 시장 변화 속에서 각기 다른 경쟁 전략이 어떻게 성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며 “하반기에는 AI 수요와 지정학 리스크가 두 기업의 실적 방향성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