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설탕 1킬로그램 가격은 대체로 2000원대 초반에 형성됐다. 일상적인 수준이라 별다른 의문 없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이 온전히 시장 경쟁의 결과였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생겼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가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2년 넘게 설탕 가격을 사전에 조율한 담합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담합 규모는 약 3조2000억 원에 달한다. 원당 가격이 오를 때는 인상이 빠르게 반영되고, 하락할 때는 인하 폭이 제한된 정황이 확인되면서 가격 형성 과정의 왜곡 가능성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 기간 설탕 가격이 이전 대비 최대 6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는 임직원들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법인에는 각각 벌금 2억 원을 부과했다.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공정거래 질서를 훼손한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국제 원당 가격이 공개돼 있고 주요 수요처의 협상력이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담합으로 과도한 이익을 취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도 함께 제시됐다.
쟁점은 처벌 수위다. 수조 원 규모 거래가 이뤄진 사안과 비교할 때 제재 수준이 충분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어져 왔다. 공정거래법상 벌금 상한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제재의 실효성이 낮을 경우 유사 행위에 대한 억지력 역시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복성도 짚어볼 부분이다. 두 회사는 과거에도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유사한 유형의 행위가 다시 발생했다. 재판부가 ‘내부 통제의 실효성’을 언급한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제도적 규제뿐 아니라 기업 내부의 준법 문화가 실제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반복 담합에 대한 제재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징금 가중, 임원 해임 권고, 영업정지 요청 등 다양한 수단이 논의된다. 다만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만으로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시장 참여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후속 영향도 이어지고 있다. 제과·외식업체를 중심으로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추가 소송 가능성도 거론된다. 원재료 가격 변동이 비용 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업종 특성상 민사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설탕은 대표적인 생활필수품이다. 식품 제조와 외식 산업 전반에 걸쳐 비용 구조를 좌우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가격 형성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단순한 기업 간 거래를 넘어 소비자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판결은 그 기준을 다시 짚어보는 계기로 볼 수 있다. 다만 제도 개선과 시장 감시가 실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볼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