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고려아연(회장 최윤범)은 ‘아연·연·동 통합공정을 활용한 희소금속 농축·회수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최근 산업통상부에 제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신청은 첨단·방위산업의 필수 소재로 꼽히는 희소금속을 안정적으로 확보·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고려아연측 설명이다. 이번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국가경제와 안보에 직결되는 고려아연의 신기술은 체계적으로 보호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이번에 신청한 기술은 아연·연·동 제련 통합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단순 폐기하지 않고 순환·재처리해 비스무스, 인듐, 안티모니, 텔루륨 등 핵심광물을 회수하는 생산 기술이다. 한 공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다른 공정의 부산물과 결합해 반복적으로 농축함으로써 회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려아연은 이같은 방식으로 순도와 생산성, 수익성은 물론 친환경성까지 확보해 해외 경쟁사 대비 경쟁우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성과는 인듐이다. 반도체·전자·항공우주 산업에 쓰이는 인듐은 고려아연이 전세계 제련소 가운데 가장 많이 생산하는 희소금속이다. 인듐은 지난 2024년 기준 연간 생산량은 92톤에 달한다. 생산량이 많은데도 순도는 99.999%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수입하는 인듐의 약 30%를 고려아연이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기술력은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올해 3분기 누계 연결 매출은 11조81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8033억 원으로 33% 늘었다. 희소금속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이번 신청에는 안티모니 제조 기술이 일부 포함된 점도 주목된다. 안티모니는 방위산업의 필수 소재이자 전략광물로 중요성이 크지만, 과거 국가핵심기술 지정 과정에서 무산된 전례가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1월 ‘격막 전해 기술을 활용한 안티모니 메탈 제조 기술’의 지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적대적 M&A 국면에서 영풍이 대규모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며 논란이 확산됐다는 게 고려아연측 입장이다.
이 때문에 국내 유일의 안티모니 메탈 생산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경영권 분쟁 당사자의 반대가 심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이 기술은 올해 5월 정부 심사에서 최종 후보군에 포함되지 못했다. 고려아연은 이 같은 전례를 들어 “기술 보호를 방해해 놓고, 미국 정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추진 중인 미국 제련소 건설에는 ‘핵심기술 유출 위험’을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각에선 기술 유출 가능성을 들어 미국 프로젝트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역시 기술 유출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고려아연은 1996년 호주에 썬메탈코퍼레이션(SMC) 제련소를 설립·운영하면서도 독자 기술을 온전히 지켜온 경험을 강조한다. 미국 제련소 사업의 주체인 크루서블 메탈스 역시 고려아연이 직접 설립·운영하며, 건설부터 공정 운영 전반에 대한 통제권을 보유한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호주와 마찬가지로 법치주의와 강력한 지식재산권 보호 체계를 갖춘 국가로, 기술 유출 우려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국가핵심기술 지정 신청을 통해 50년 이상 축적한 제련 기술을 국가 차원에서 보호하고, 제3의 기업에 의한 기술 탈취 시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전 세계가 핵심광물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시기에 국내 유일의 핵심광물 허브로서 기술 보호와 경쟁력 유지는 필수 과제”라며 “정부와 함께 국가핵심기술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