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디지털 복원 전문가 박진호 교수. [사진=SKT 뉴스룸]](http://www.seoultimes.news/data/photos/20241252/art_17352589064363_e01bb1.png)
[서울타임즈뉴스 = 김창수 기자] 최근 문화유산 전시 트렌드는 ‘실감 콘텐츠’다. 관람객이 직접 만지고 느끼는 상호작용을 통해 문화재를 더욱 친숙하게 경험할 수 있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SK텔레콤 뉴스룸은 최근 문화유산 디지털 복원과 함께 AI를 활용한 ‘미래적 복원’에 힘쓰고 있는 문화유산 디지털 복원 전문가 박진호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인터뷰를 게재했다.
박진호 교수는 최근 사마르칸트 아프라시압 궁중 벽화에 등장하는 7세기 한반도인과의 소통을 주제로 연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965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아프라시압 궁전터 제1호실 서벽에서 당시 소그디아나 왕국을 방문한 각국 사절단을 그린 궁중 벽화가 발견됐다. 이 벽화에는 고대 한반도(고구려 또는 신라로 추정) 사절단의 모습도 등장한다. 당시 한반도의 서역 교류사를 증명해 주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하지만 발굴된 지 50년이 지난 2014년 벽화 원형이 상당 부분 훼손돼 더 이상 손상되지 않는 보존법이 시급해졌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7세기 당시 원형으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맡은 박진호 교수는 이런 문화유산을 미래 세대가 좀 더 가치 있게 향유하길 바라고 있다.
박 교수는 AI를 활용해 벽화 속 인물들이 서로 대화하는 장면을 재현하고, 관람객이 벽화 속 인물들과 직접 소통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AI 기술 발달로 이러한 체험의 길이 열렸다. 그는 AI 가능성과 인간의 전문성을 결합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가상의 미래를 잇는 흥미로운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유산 디지털 복원에 대해 박진호 교수는 “유·무형 문화유산을 여러 첨단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형태로 복원하거나 가공하는 작업”이라며 “현재 남아 있지 않은 문화유산을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당시 실존 모습 그대로 복원해 내기도 하고, 미래 세대에 전할 만큼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 문화유산을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자료로 변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즘에는 AI 기술이 문화유산 디지털 복원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AI를 활용해 문화유산을 복원하면 방대한 데이터를 빨리 정밀하게 분석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AI를 활용한 문화유산 디지털 복원 사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결과물로 이탈리아 피사대학교에서 진행한 ‘폼페이 AI 프로젝트’를 꼽았다. 이 프로젝트는 폼페이 발굴 과정에서 발견된 파피루스를 AI로 정밀 분석, 훼손된 텍스트를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텍스트 복원에는 고대 그리스어와 다량의 파피루스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이 사용됐다. 이 AI 모델은 파피루스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플라톤의 무덤 위치에 관한 정보도 밝혀냈다. 이 사례는 AI를 활용한 문화유산 복원이 고대 문헌 연구와 고고학적 발견에 기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고흐의 그림들을 학습한 AI가 생성한 고흐풍 작품. [사진=SKT 뉴스룸]](http://www.seoultimes.news/data/photos/20241252/art_17352589392608_4a7e86.png)
박 교수는 최근 문화유산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 사례로 ‘반 고흐 After, 생성형 AI를 이용한 반 고흐 사후(死後) 콘텐츠 연구’를 주제로 한 개인 연구를 언급했다.
박 교수는 “‘만약 고흐가 37세에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어떤 작품을 남겼을까?’란 호기심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라며 “오늘날 남아 있는 고흐 작품은 한정적이라 그가 생전에 남긴 작품을 심층적으로 학습한 AI가 고흐풍 작품을 다채롭게 생성해 낸다면, 이는 현대 사회가 더욱 풍부한 문화 활동을 하는 데 가치 있는 유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역사적으로 ‘만약’이란 가정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상상력과 기술을 통해 이를 탐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라며 “당시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AI 작품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단명했던 예술가들의 미완성 작품을 AI가 예측해 이를 기반으로 한 ‘AI 아트 플랫폼’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아울러 “특정 문화유산을 복원할 때는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균형 있게 학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고고학, 역사학, 미술사, 건축학, 문화인류학 등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복원 대상의 역사적 맥락과 문화적 의미를 깊이 이해한 후에야 신뢰할 수 있는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AI가 특정 시각이나 해석에 지나치게 치우친 데이터만 학습했다면 그 결과물을 유산으로서 가치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화재 복원 분야에서 AI의 역할은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방대한 역사적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하고, 육안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세부 사항까지 탐지해 내는 AI 기술력이 기존 복원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생성형 AI를 통해 과거 유산을 바탕으로 미래를 상상해 그려보는 ‘미래적 복원’도 시도해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물론 딥페이크 이슈 등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AI를 두려워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AI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 위험하면서도 혁신적인 새 동반자와 함께 앞으로 어떤 유산을 만들어 갈지는 온전히 우리 손에 달렸다”고 밝혔다.
끝으로 박진호 교수는 “신은 인간을 창조했고 인간은 AI를 만들었다”며 “AI와 함께 미래 세대에 어떤 유산을 남기고 창조해 나갈지는 우리의 치열한 고민과 선택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